반짝수집단, 인천을 함께 걷던 한 달의 기록 _ 김영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 몰랐다. 반짝수집단이라는 이름처럼, 우리가 함께한 모든 순간이 진짜 반짝거리며 흘러갔다.
작가님들이랑 인천 곳곳을 누비면서 찍고, 걷고, 먹고, 떠들고, 그냥 ‘살아있다’는 기분을 계속 받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동인천. 오래된 건물들, 낡은 간판들, 시간이 걸터앉아 있는 골목들. 우리는 그 사이사이를 쉬지 않고 걸었다. 빛이 예쁘면 바로 멈춰 서서 사진 찍고, 골목 벽에 기대서 웃고, 그냥 우연히 눈에 들어온 풍경도 놓치지 않고 담았다. 그 순간마다 “아 이거 진짜 잘 나올 것 같다” 하면서 서로 감탄했고, 찍힌 사진 속 우린 진짜 영화 속 인물 같았다. LP바에 갔던 날도 잊을 수 없다. 바늘이 턱—하고 올라가고, 딱 맞는 지점에 내려앉으면서 시작되는 그 특유의 아날로그 소리. 조명이 어둑해서 얼굴 절반은 그림자였는데, 그 그림자마저 분위기로 느껴졌던 시간.  음악이 흘러가고 우리는 각자 자기 리듬대로 쉬다가 또 이야기하고,  괜히 센치해지다가도 갑자기 웃음 터지고. 그 모든 게 필름 같은 질감으로 시간에 남았다. 보드게임을 했던 날들은 반대로 텐션이 미친 듯이 올라갔다. 누가 이기나 지기나 상관없이 소리 지르고 웃고 속고 속이고, 그렇게 정신없이 놀다가도 사진 찍자는 말에 바로 포즈 잡는 우리 너무 웃겼다. 근데 그 과몰입한 표정마저 귀엽고 소중했다.  어느 날은 그냥 놀이터에 갔다. 어른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미끄럼틀 타고 그네 타고, 철봉에 앉아서 사진 찍고, 폴라로이드로 연속 셔터 치듯 찍고. 괜히 아무런 계획도 없던 순간이 제일 자유롭고 반짝였다. 놀이터라는 공간이 그냥 배경이 아니라, 우릴 더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폴라로이드. 정말 이 한 달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순간을 ‘찍고 끝’이 아니라, 바로 손에 쥐어지는 종이 한 장으로 만들어준다는 게 너무 좋았다. 필름이 나오면서 서서히 색이 올라오고, 나중에 보면 그게 또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되살아난다. 그렇게 쌓인 폴라들은 어느새 한 묶음이 되었고, 그 안에는 우리가 웃고 떠들던 시간들이 다 들어 있다. 흐릿한 것도 있고 흔들린 것도 있는데, 그조차도 이 한 달의 자연스러움이라 더 맘에 든다.

사람들도 참 좋았다. 한 달밖에 안 같이 있었는데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편했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찍히면서 이상하게 친밀함이 금방 생겼다. 누가 찍어줘도 분위기가 다 다르게 담기는 것도 재밌었고, 필터도 스타일도 말투도 다 다르지만 그게 또 반짝수집단만의 색이 되었다. 돌아보면, 우리는 인천이라는 도시를 따라다녔던 게 아니라 우리가 가는 곳마다 인천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걸은 길, 우리가 웃었던 장소, 우리가 찍어둔 풍경들이 모여 이 한 달을 ‘우리의 인천’으로 바꿨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는 게 조금 아쉬울 정도로, 매 순간이 기록할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고, 사진보다 더 빛나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런 집단 또 생기면 아무 고민도 없이 바로 참여할 거다. 그만큼 소중하고 충만했던 한 달이었다.





반짝수집단 후기 _ 김선빈 



내게 있어서 작가는 너무 아득해서 질투도 안날정도로 눈부신 멋을 품은 사람들이다. 그런 작가들이 좋아서 그들 주변에서 몇년을 기웃거려왔다. 오롯하게 수용받는 입장에 서서.  어쩌다 연이 닿은 작가들과  모종의 활동을 함께 한 적은 꽤 있지만, 금번처럼 거의 완벽하게 그들과 동렬에 서서 같은 보폭의 걸음을 걷고 같은 방식의 호흡을 내쉰 경험은 처음이다. 덕분에 더 좋아졌다, 작가들이. 다른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건 기억이다. 헤아리기 힘든 숫자의 좋은 기억들을 선물받았다. 그래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